절기

경칩

예전 이영란 2008. 3. 2. 16:12
    경칩(驚蟄)은 24절기의 하나로, 태양 황경이 345도가 될 때이다.
  양력으로는 3월 5일경이다.
  경칩은  땅 속에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다.
  식물 또한 완전히 겨울잠을 깨는데. 이때 농촌의 봄은 바야흐로 시작된다.
  개구리들은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한다고 해서 경칩일에 개구리알을 먹는 풍속 전해 오고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도롱뇽 알을 건져먹기도 한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고,  이때쯤 장 담그기를 한다.

“우수 경칩에는 대동강도 풀린다.”는 속담이 있다. 그와 반대로 “우수에 풀렸던 대동강이 경칩에 다시 붙는다.”는 속담도 있다.  

 
  부여의 금와왕(金蛙王)은 바위 밑에서 금개구리 형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왜 하필 바위이며 개구리일까요? 바위는 예로부터 불변의 상징이었습니다.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는 대표적인 달동물입니다.

  달은 보름을 지나 하현과 그믐을 거쳐 합삭에서 보이지 않다가 다시 초승과 상현을 거쳐 보름달로 부활합니다.

  이 달처럼 사람들의 눈에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는 동물을 달동물이라 하는데,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겨울 한 철 사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러한 달 동물은 생생력(生生力)의 상징입니다.

부여의 왕이 개구리 형상을 하고 바위 아래 있었다는 이야기는 부여라는 나라가 움츠렸던 개구리가 멀리 뛰듯이 부흥하고, 바위처럼 오래 오래 존속되며 부강하기를 비는 기원이 담긴 신화라고 하겠습니다. 

 

 


○  강희맹(姜希孟)

 

〈춘순발칩도(春筍發蟄圖)〉를 그리고 또 장편 고시(古詩)를 지어 그 왼쪽에 썼는데,

하룻밤의 봄 우레 소리 겨울잠을 깨우니     / 一夜春雷乍驚蟄
용들이 강굽이에서 뿔을 드러내는구나       / 群龍露角江之曲
손을 뻗어 자주빛 용뿔을 살짝 벗기니        / 信手輕脫紫虯茸
새싹들이 하나하나 껍질을 찢네                / 坼甲一一含嫩玉


 

   佔畢齋  김종직(金宗直)   

 

[克己應擧于京方在道二月初三日疾雷且電僕以爲余己卯之祥也己卯正月余隨擧子自密陽向尙州宿靈山一門驛明日將驚蟄忽大雷電是春余乃得第克己亦必如之矣書以志之]

극기가 서울에서 과거를 보려고 방금 길에 올랐는데, 이월 초삼일에 천둥과 번개를 치는 것에 대하여 나는 기묘년에 있었던 나의 상서로운 조짐과 같은 것이라고 여긴다. 기묘년 정월에 내가 응시자를 따라 밀양으로부터 상주로 가서 영산의 일문역에서 묵었는데, 그 다음날이 경칩일인 때문에 갑자기 천둥 번개를 크게 쳤었다. 그래서 이 해 봄에 내가 급제를 했었다. 극기 또한 반드시 나와 같이 될 것이기에 이를 글로써 기록하는 바이다

천둥과 번개가 봄 추위를 깔보았으니 / 雷公電母傲春寒
문득 천기가 절로 불완전한 게 두렵긴 하나 / 却恐天機不自完
온갖 벌레 깨기도 전에 먼저 두렵게 하니 / 百蟄未驚先虩虩
응당 전후로 진흙 속의 용을 일으키리라 / 也應前後起泥蟠

 진흙 속의 용 : 진흙 속에 숨어있는 용이란 뜻으로, 전하여 아직 때를 얻지 못하여 초야에 묻혀있는 인재를 비유한 말이다.

 

○   점필재 김종직(金宗直)    

 

[在羅州西館折梅之未綻者揷于膽甁注以水連夜盡開
나주의 서관에서 아직 피지 않은 매화 송이를 꺾어서 담병에 꽂아 놓고 물을 부어 놓았더니 연일 밤에 다 피었다 

 

푸른 등잔 소박한 안석에 흥이 나기 어려워   / 靑燈素几興難乘
문득 가지 끝에서 오출빙을 불러냈노니        / 却喚枝頭五出氷
알아야 할 것은 이 꽃이 매우 어리석은 곳에  / 要識此花癡絶處
조그마한 천기 또한 서로 붙었음일세           / 天機些子且相憑

서호처사가 읊은 매화를 끌어들이어            / 勾引西湖處士吟
찬바람에 한 잔의 물로 꽃 마음을 도왔더니   / 尖風勺水助芳心
문득 놀라운 것은 절후는 겨우 경칩인데       / 忽驚節候纔驚蟄
찬 벌이 용케도 알고 찾아오는 거로세          / 爲有寒蜂聖得尋

 

오출빙 : 오출은 꽃잎이 다섯으로 이루어진 매화를 말하고, 빙은 또한 매화를 추운 때에 핀다 하여 빙기(氷肌)·빙혼(氷魂) 등으로 일컫는 데서 온 말이다.

서호처사가 읊은 매화 : 서호처사는 송(宋) 나라 때의 은사인 임포(林逋)를 이르는데, 그가 읊은 산원소매시(山園小梅詩)의 “성긴 그림자는 맑고 얕은 물에 비끼어 있고 은은한 향기는 황혼 달 아래 부동하누나[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 한 것을 세상에서 절창(絶唱)으로 일컬었다 한다.

 

○   허목(許穆)

 

山氣九章三十六句
驚蟄後作 首春東作之始。覽時物。忻然可喜。識之

경칩(驚蟄) 후에 짓다 이른 봄, 밭갈이가 시작될 때 생동하는 시물(時物)을 보고 기쁨에 넘쳐 그것을 기록한다

 

초목이 벌써 싹트나니                   / 草木已萌動
절후는 어느덧 경칩이 지났네         / 節序驚蟄
농촌엔 집집마다 농사일 시작되어   / 農家修稼事
젊은이는 모두들 밭이랑에 가 있다  / 少壯在田畒

 

  樊巖 채제공(蔡濟恭)

 

驚蟄日。戲吟

 

育物乾元不暫閒。

樞緘亶在妙循環。

所嗟挑起羣虫族。

穰穰紛紛閙世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