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상강

예전 이영란 2008. 10. 23. 21:56

상강(霜降)이란 밤 기온이 매우 낮아져 수증기가 지표(地表)에 엉겨 서리가 내린다는 뜻이다.

24절기 중 한로와 입동사이에 든다.

태양이 황경 210도에 위치한 날이 입기일(立氣日)이며,

양력으로는 10월 23, 24일 경이다.

대체로 이 시기에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며 밤에는 기운이 뚝 떨어지면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상강에 이모작 지대인 남부지방에서는 가을 추수가 끝나면 바로 보리파종에 들어간다

 

谿谷 장유

 

이식에게 답하다[答汝固]

 

南遷未放下瀧船  /     남쪽 귀양 가는 배 아직 뜨지 않았소만

咫尺爐香阻御筵  /     향연(香煙) 그윽한 그 연석(筵席) 지척에 두고 못 가 보오

屈子江潭工作賦  /     屈原은 강감에서 漁父辭를 지었고

蘇翁嶺海益耽禪  /     蘇東坡는 영해에서 禪에 탐닉하였지요

離魂暗逐秋雲遠  /     멀리 가을 구름 따라 엄습할 이별의 정

客路行看錦樹鮮  /     객지 길 비단 나무 선명하게 비치리라

剛羨故人歸便得  /     고향에서 편히 사는 벗이 마냥 부러워

稻香魚美趁霜前  /     상강 전에 살진 고기 햇곡식 맛 듬뿍 보리

 

주)蘇翁嶺海益耽禪

소옹(蘇翁)은 송(宋) 나라의 시인 소동파(蘇東坡)이다. 영해(嶺海)는 그가 유배되었던 산하(山河)를 뜻한다. 동파가 선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황주(黃州)의 적거(謫居)에서 여주(汝州)로 옮겼을 때, 임제종(臨濟宗) 황룡파(黃龍派) 2세(世)인 동림 상총(東林常總)을 참알(參謁)하였는데, 무정설법(無情說法)의 이치를 듣고 깨달아 여명에 지은 “溪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 夜來八萬四千偈 他日如何擧示人”이라는 시는 특히 유명하다. 《續傳登錄 卷20》 《蘇東坡詩集 卷23 贈東林總長老》

 

 

이규보

 

 구월의 고우(苦雨)

 

 장맛비 하수 같이 쏟아지니 / 淫雨注如河
사람이 물고기로 변하겠네 / 人將化魚鮪
거리에 배 띄우게 되었으니 / 九街堪掛帆
의당 배를 준비해야겠네 / 舟楫宜可備
문 밖에 물결이 넘실거리니 / 門外浩漫漫
이웃이 곧 천리로세 / 此隣卽千里
남쪽 담 이미 무너졌고 / 南墻已曾倒
서북쪽도 거의 무너졌네 / 西北亦幾圯
새는 집 아무리 해도 막기 어려워 / 漏屋百難妨
우산 받치고 밤에도 잠 못자네 / 持傘夜不寐
딱한 처자식들 아무것도 모르고 / 妻兒苦無知
끊임없이 원망하는 소리만 하네 / 怨咨聲不已
내 이르기를 하늘이 하는 것인데 / 予曰天之爲
너희들이 감히 그럴 수 있는가 / 你輩乃敢爾
다만 염려스러운 건 서리 내리는 계절에 / 但恐霜降
어찌하여 이런 비가 내리는가 하는 것이다 / 胡爲雨如此
하늘의 뜻 진실로 알기 어려우니 / 天意固難知
엎드려 조금이라도 개기를 빌 뿐이다 / 拜乞小晴耳

 

 춘정春亭 변계량卞季良

 

 연경사(演慶寺) 법화법석(法華法席) 제문

 

 아, 부모님께서 영원히 떠나신 뒤 / 嗟考妃之永違兮
시일이 지날수록 더욱 슬픈 심정입니다 / 時愈久而愈悲
나를 낳고 기르신 지극한 은혜 / 生我育我之至恩兮
하늘처럼 어찌 다함이 있겠습니까 / 瞻昊天其何涯
참으로 만에 하나도 갚기 어려우니 / 諒難報於萬一兮
어찌 작은 풀이 봄 햇살에 보답하기 어려운 정도리요 / 夫豈啻寸草之春輝
비가 적시고 서리가 내려 절서가 바뀌니 / 雨濡霜降之代序兮
천시가 변천하여 옮겨감이 처창합니다 / 悵天時之推移
음성과 모습 멀어져 다시 볼 수 없기에 / 音容夐其不可復覩兮
두 줄기 눈물 흥건히 흘러내립니다 / 隕雙涕之漣洏
애통한 나의 마음 가누기 어려워 / 痛余心之難爲兮
오직 불교에 귀의하나이다 / 惟佛敎之依歸
두 부의 《연화경》을 인쇄하여 / 金書二部之蓮經兮
이로써 명복을 비나이다 / 冀冥福之是資
연경사의 중건이 끝났으니 / 重新演慶之旣成兮
법연(法筵)을 널리 열기에 마땅합니다 / 敞梵筵其攸宜
이에 승려를 모아서 《연화경》을 읽고 / 玆集僧以翻閱兮
의발을 갖추어 고루 베푸나이다 / 具衣鉢以均施
혼령의 행차를 맞이하여 여기에 그치게 하고 / 邀靈馭以于止兮
박한 제물 바치고 제문을 읽나이다 / 薦薄奠而敍辭
아, 임하여 위에 계실테니 / 嗚呼臨之在上兮
나의 슬픈 심사 살피시기 바라나이다 / 庶鑑余之哀思

 

정희득(鄭希得)

해상록 海上錄

 



한 폭 수건은 고운 비단이요 / 輕紗一幅巾
여섯 자 평상은 고운 삿자리로다 / 小簟六尺床
손 없어 한종일 고요한데 / 無客盡日靜
바람 있어 밤새껏 시원하네 / 有風終夜涼



연꽃에 소리 나니 소나긴 줄 알겠고 / 打荷看急雨
달을 삼키는 건 가는 구름에 맡긴다 / 呑月任行雲
밤중에 구름과 천둥 이니 / 夜半雲雷起
서쪽 바람이 뒤얽힘 풀어 주네 / 西風爲解紛



서리 내리니 물은 골짜기로 돌아가고 / 霜降水返壑
바람이 차니 나무는 산으로 돌아간다 / 風落木歸山
흐르는 세월 한 해가 저물어 / 冉冉歲華晩
곤충들도 모두 구멍을 닫았네 / 昆蟲皆閉關



욕심이 많음보다 더한 욕 없고 / 辱莫辱多欲
구함 없는 것보다 더한 즐거움 없다 / 樂莫樂無求
인생이란 힘써 배우는 것뿐 / 人生强學耳
동으로 흐르는 물 만고에 같네 / 萬古一東流

 

 권문해(權文海)

草澗先生文集卷之二

 

霜降

 

半夜嚴霜遍八紘。

肅然天地一番淸。

望中漸覺山容瘦。

雲外初驚雁陣橫。

殘柳溪邊凋病葉。

露叢籬下燦寒英。

却愁老圃秋歸盡。

時向西風洗破觥

 상촌선생집 제5권

 

감흥2수

세상의 분란은 진정 끝이 없어 / 世紛固無盡
눈앞에 스치는 것이 다 환상일세 / 過眼俱幻境
내 생활은 비록 넉넉지 못하나 / 生事雖不豊
뜻에 맞는 게 조금 다행스러워 / 適意差足幸
내 집은 깨끗하고 조용한데다 / 吾廬淸且幽
그윽하게 세길이 나 있으며 / 窈窕開三逕
수목이 무성하게 우거지니 / 樹木旣葱蒨
경치가 깨끗하고 조용하도다 / 雲物澹以靘
자유로 노닐며 감상함이 뜻에 맞고 / 天遊愜孤賞
앉아 청소하니 한 자리 고요하구려 / 坐掃一榻靜
조화 속에 노닐며 스스로 느끼노니 / 撫化諒自感
고인의 지조를 누가 간직할꼬 / 古操知孰秉
못 속의 규룡과 창공의 기러기는 / 淵虯與霄鴻
헤엄치고 나는 게 각각 제 성품인데 / 飛泳各隨性
벼슬을 하자니 본 뜻에 어긋나고 / 徇祿乖素襟
물러나자니 조정의 명에 위배되네 / 退耕反朝令
배회하는 동안 해는 저물어가니 / 遲回歲將晏
귀밑털 하도 희어 거울 보기 시름겹네 / 繁鬢愁攬鏡
난초를 잡아 누구에게 줄거나 / 握蘭誰爲贈
기다려 섰노니 내 마음 근심스러워 / 延佇使心炳
노중련은 제나라에 벼슬하지 않았으니 / 魯連棄齊組
높은 지조 따르기 어려워라 / 高蹈稱難竝
준마는 만리를 달리나니 / 騏騮騁萬里
어찌 둔마와 경쟁을 하리오 / 寧與駑駘競
지인은 본디 티끌이 없어서 / 至人本無垢
참 근원이 형연히 맑디맑다오 / 瑩瑩眞源淨

이(二)
어찌 내 흉중의 계획으로 / 豈無胸中畫
백성을 편히 할 수 없으며 / 可以安黎元
어찌 내 칼집 속의 장검으로 / 豈無匣中劍
악한 기운을 맑게 할 수 없으랴만 / 可以廓氛昏
십년 동안 늙고 병든 몸으로 / 十年坐龍鍾
끝없이 동분서주하였더니 / 東馳復西奔
홍안은 날로 시들어만 가고 / 朱顔日凋謝
가는 세월은 아 빠르기도 해라 / 徂歲嗟易換
제갈량은 옛날 불우했을 적에 / 諸葛昔未遇
몸소 밭을 갈아 농사짓다가 / 躬耕壠畝畔
갑자기 현군을 만나 / 一朝風雲會
담소하며 제왕의 사업 개척했네 / 談笑開帝業
장부의 일은 이러한 것인데 / 丈夫有如此
궁달로 어찌 마음을 변동하랴 / 窮通那變慹
슬픈 것은 오직 요순시대 멀어져 / 所悲姚姒遠
세상이 점점 야박해져감이라오 / 天地漸漓薄
기러기는 한밤중에 남으로 가고 / 半夜賓鴻南
서리 내리매 물은 구렁으로 들며 / 霜降水返壑
조용한 새는 푸른 뫼를 생각하고 / 幽鳥懷碧岑
신령한 고기는 창해를 그리나니 / 神魚戀滄海
나는 오직 고향으로 돌아가서 / 唯思歸故林
득실을 조물주에 부치려 하노라 / 得喪付眞宰
신선 되기는 어찌 그리 어려운고 / 羽化亦何艱
초파리 같은 인생 참으로 괴롭네 / 醯雞良苦哉
앞으로의 기회가 많기도 하니 / 前期浩漫漫
봉래산 선경에서 서로 만나리라 / 相迎在蓬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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