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寒露)는 24절기의 열 일곱 째로 추분(秋分과 상강(霜降)의 사이에 든다. 태양 黃經이 195도인 때로 양력 10월 8일경이다. |
의미는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찬 이슬이 내린다는 뜻이다. 이 시기는 단풍이 짙어지고 오곡백과(五穀百果)를 수확하는 시기로, 농촌은 타작이 한창인 때이다. |
西厓 柳成龍
偶詠
玄天墮寒路 / 하늘에서 찬 이슬 떨어져
滴在靑荷葉 / 푸른 연꽃 잎에 방울져 있네
水性無定態 / 물의 성품은 일정한 태도가 없는데
荷枝喜傾倒 / 연꽃 가지는 기울고 거꾸러짐 좋아하네
團明雖可愛 / 둥글고 맑은 물방울 사랑스럽긴 하나
渙散還易失 / 흩어지면 도리어 잃기 쉽네
從君坐三夜 / 그대와 함께 사흘 밤을 앉아
請問安心術 / 마음을 편안히 하는 방법을 묻노라 /
사가시집 제 21 권
추만(秋晩) 3수
지는 해는 외로운 정자를 비추고 / 落日孤亭上
맑은 가을 빛은 시야에 아득한데 / 晴秋一望中
거미줄은 바람벽에 교묘히 얽히고 / 蛛絲工絡壁
기러기는 허공에 괴이쩍게 쓰누나 / 雁字咄書空
먼 산봉은 파랗게 뾰족히 내밀고 / 遠岫呈尖碧
남은 놀은 단풍잎에 새어 드는데 / 殘霞漏斷紅
짚신 신고 거닐며 읊고 하다가 / 行吟雙草屩
소매 가득 서풍 앞에 서 있노라 / 滿袖立西風
만사는 모두 몸 밖의 일들인데 / 萬事皆身外
삼추는 눈 안에 다 들어오누나 / 三秋在眼中
물고기 떼는 찬물로 모여들고 / 羣魚聚寒水
외로운 새는 창공을 지나가네 / 獨鳥過長空
봉우리의 나무엔 흰 구름이 엉기고 / 嶺樹粘雲白
강물 위엔 붉은 햇살이 잘게 퍼지네 / 江流縷日紅
가을을 슬퍼함이 초객과 같아라 / 悲秋同楚客
뜰 가득 우수수 낙엽 바람이로세 / 策策滿庭風
세월은 시편 속에 흘러만 가는데 / 歲月詩篇裏
동산 숲은 장구로 소요하노라니 / 園林杖屨中
거센 바람은 온 숲을 막 불어 대고 / 長颸號樹盡
찬 이슬은 텅 빈 못에 떨어지누나 / 寒露入池空
머리는 벼슬살이 걱정에 세었지만 / 髮自憂官白
낯은 도를 배워 붉어진 게 아닐세 / 顔非學道紅
옛 전원을 생각만 하고 못 가거니 / 故園思不去
누가 반 돛의 바람을 빌려 줄런고 / 誰借半帆風
: 안자는 곧 열(列)을 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말한다. 기러기 떼는 흔히 일(一) 자, 또는 인(人) 자 모양으로 열을 지어 날아가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허공에 괴이쩍게 쓴다는 것은 곧 진(晉)나라 때 은호(殷浩)가 일찍이 조정으로부터 쫓겨난 뒤로는 집에서 종일토록 ‘쯧쯧, 뜻밖의 놀랄 만한 일’이라는 ‘돌돌괴사(咄咄怪事)’ 네 글자만 허공에다 쓰고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바로 허공에 글자 모양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은호의 고사에 빗대어 한 말이다. 《晉書 卷77 殷浩傳》
:초객(楚客)은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문인 송옥(宋玉)을 가리키고, 가을을 슬퍼한다는 것은 곧 송옥의 구변(九辯)에 “슬프다, 가을의 절기여. 쓸쓸하여라, 초목은 낙엽이 져서 쇠하였도다. 구슬퍼라, 흡사 타향에 있는 듯하도다. 산에 올라 물을 굽어봄이여, 돌아갈 사람을 보내도다.〔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 草木搖落而變衰 憭慄兮 若在遠行 登山臨水兮 送將歸〕”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삼봉집 제1권
밤에 가원ㆍ자능과 함께 도시를 읽고서 본받아 짓다[夜與可遠子能讀陶詩賦而效之]
【안】 가원(可遠)은 권근(權近)의 자(字)이다.
좋은 벗이 이웃에 함께 살아서 / 良朋共鄰曲
골목이 이리저리 연접했다오 / 門巷相接連
찬 이슬에 젖으면서 / 晨征寒路濡
등불 밝혀 밤에 모이네 / 夜會燈火然
마주아 기문을 감상하다가 / 相與玩奇文
이치의 극을 보면 말을 잊는다 / 理至或忘言
날로 달로 언제나 이와 같으니 / 日月復如玆
이 즐거움을 잊지 말자 맹세를 했네 / 此樂矢不諼
삼봉집 제1권
감흥(感興)
오랜 나그네 아직도 베옷이라 / 久客尙絺綌
북풍은 으시시 처량도 하다 / 北風淒以凉
둥글둥글 찬 이슬이 맺히니 / 團團寒路至
난초는 꽃다움을 여의었구려 / 蘭枯謝幽芳
멀고 먼 관산은 아스라하고 / 悠悠關山遠
가고 가도 길은 길기만 하네 / 行行道路長
어찌하여 저문 해를 잘 보낼 건가 / 何以卒歲晩
저문 해엔 된서리가 많아서라네 / 歲晩多繁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