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입하

예전 이영란 2008. 5. 4. 12:36

입하는 24절기 일곱 번째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뜻이다

음력으로는 4월절(四月節), 양력 5월 5~6일경으로,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든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45도 때. '여름에 든다.'는 뜻으로 초여름의 날씨를 보인다. 여름은 立夏(입하)에서부터 시작하여 立秋(입추)전까지이다.

옛사람들은 입하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세분하여, ① 청개구리가 울고, ② 지렁이가 땅에서 나오며, ③ 왕과(王瓜: 쥐참외)가 나온다고 하였다.

곡우전후에 채다한 세작을 茶(차)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치나, , 초의선사는 '우리의 차(茶)는 곡우 전후보다는 입하(立夏) 전후가 가장 좋다'고 하였다.

 

청음집

입하일유감(立夏日有感) 시의 운을 차운하다

 

그 임금은 염제이고 화정은 그 신하인데 / 炎帝其君火正臣
분홍 깃대 붉은 깃발 들고 주륜 몰아가네 / 縓幢絳節御朱輪
갈대의 재 한 점 먼저 율관 위에 날리는데 / 葭灰一點先吹律
매우 오는 삼경 밤에 봄날 그저 보내누나 / 梅雨三更斷送春
세상에선 하늘 밖의 나그네를 잊었으며 / 世路已忘天外客
소화는 또 거울 속에 비친 사람 저버렸네 / 韶華又負鏡中人
수심 속에 밤이 빨리 가는 것만 기쁘거니 / 愁邊只喜宵籌促
이웃집 닭 이른 새벽 우는 소리 앉아 듣네 / 坐聽隣鷄早報晨

 

[주D-001]염제(炎帝) : 여름철을 맡은 신(神)의 이름이다.
[주D-002]화정(火正) : 고대에 불을 관장하던 관원이다. 축융(祝融)이라고도 한다.
[주D-003]주륜(朱輪) : 붉은 바퀴로, 여기서는 해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주D-004]갈대의 …… 날리는데 : 옛날에 절기(節氣)를 살피기 위하여 옥으로 만든 열두 개의 율관(律管)을 사용하였다. 율관 끝부분에 갈대를 태운 재를 채운 다음 밀실 안의 목안(木案) 위에 세워 두고서 어느 관의 재가 날아 흩어지는지 관찰하여 그때그때 절기를 알았다.
[주D-005]매우(梅雨) : 매실이 누렇게 익는 계절인 초여름에 내리는 긴 장맛비를 말한다.
[주D-006]소화(韶華) : 아름다운 계절의 경치를 뜻하는 말로, 보통 춘광(春光)을 가리킨다.

 

차운하다 입하(立夏) 다음 날에 지었다.

 

백발 신하 몸 병들어 삼경 밤에 일어나니 / 病起三更白髮臣
누각 머리 이지러진 달은 바퀴 반이구나 / 樓頭缺月半成輪
어느 집서 타향 술을 사 마시고 취할 거며 / 何家買醉他鄕酒
어디에서 지난봄을 생각하며 그릴 건가 / 幾處追思昨日春
백년간의 무한한 한 길이 품고 있거니와 / 長抱百年無限恨
천 리 밖서 못 돌아간 사람 홀로 애처롭네 / 獨憐千里未歸人
풍성 위의 자색 기운 우두성에 뻗치거니 / 豊城紫氣干牛斗
누가 뇌생 보내어서 새벽까지 망보려나
/ 誰遣雷生候及晨

[주D-001]풍성(豊城) …… 망보려나 : 뇌생(雷生)은 진(晉)나라의 뇌환(雷煥)을 가리킨다. 진나라 때 오(吳) 땅에 자색 기운이 하늘의 우수(牛宿)와 두수(斗宿) 사이로 뻗치는 것을 보고 장화(張華)가 뇌환을 풍성현(豊城縣)의 현령으로 보내 용천검(龍泉劍)과 태아검(太阿劍)을 얻은 다음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晉書 卷36 張華傳》
 
잠곡  
김육(金堉)
유고 제2권
 
서흥(瑞興)에서 눈을 만나다
 
입하날이 바야흐로 다가오는데 / 立夏時將近
어찌하여 분분하게 눈이 내리나 / 如何雨雪霏
나이 늙어 눈이 이미 어두운 탓에 / 衰年眼已暗
지는 꽃잎 날리는 줄 착각하였네 / 錯認落花飛

 
택당  (李植)  선생집(澤堂先生集
 
청사(廳舍)에서 신화(新火)로 차를 끓이며 지은 절구 4수
 
적막한 붉은 대문 길게 드리운 정오의 그늘 / 彤扉岑寂午陰遮
늦게 핀 꽃 헤집으며 새끼 제비 들락날락 / 乳燕參差掠晚花
주방(廚房)에서 새 불씨 얻었다는 소식 듣고 / 忽聽廚人新火報
어서 새 물 떠다가 새 차 끓여라 다그쳤네 / 便催新水煮新茶

새로운 차 한 대접에 새 시름 말끔히 씻기면서 / 新茶一椀浣新愁
어젯밤 꿈속의 고향 강물 홀연히 떠오르네 / 忽憶東江昨夢遊
양쪽 언덕엔 붉은 도화(桃花) 봄물은 끝없이 출렁출렁 / 兩岸桃紅春漲闊
대나무 매통에 풍로 싣고 돌아가는 배 기대 보네 / 風爐竹碾倚歸舟

초봄에 따 올린 남산의 어린 찻잎이요 / 初春南嶽茶芽薦
중서에 막 전해진 입하의 살구 불씨로세 / 立夏中書杏燧傳
시종신 혀뿌리에 흥건히 고이는 침 / 解使侍臣澆舌本
맑고 부드럽기로는 합문 물맛이 제일이지 / 淸柔先品閤門泉

거슴츠레 눈 감긴 채 아침 햇살 보내니 / 朧朧睡睫送朝暉
성긴 발에 바람 선들 제비도 날기 시작하네 / 風軟疎簾燕習飛
어디서 옥순(玉笋) 담아 보내 온 화구인고 / 何處花甌傳笋玉
완랑귀 맑은 노래 한 곡조 들려오네 / 淸歌一曲阮郞歸
신화(新火) : 옛날 사계절마다 각각 다른 나무로 불을 일으켜 그 불씨를 전해 주던 일. 개화(改火)라고도 한다. 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여름에는 대추나무와 살구나무, 늦여름에는 뽕나무, 가을에는 떡갈나무와 참나무, 겨울에는 홰나무와 박달나무를 썼다. 《禮記 月令》
[주D-001]대나무 …… 풍로 : 매통은 나무 맷돌, 풍로는 차나 술을 달일 때 쓰는 조그마한 화로를 말한다.
[주D-002]중서(中書) : 궁정의 문서와 조칙 등을 맡아보는 관서 이름이다.
[주D-003]옥순(玉笋) …… 화구 : 차가 담긴 물병이라는 말이다. 옥순은 차의 별칭이다. 옛날 차의 이명(異名)으로, ‘석화 자순(石花紫笋)’ 혹은 ‘영아 진순(靈芽眞笋)’이라는 표현을 써 왔다. 그리고 차를 소재로 읊은 동파(東坡)의 시에 “화유 담긴 물병 하나[一甌花乳]”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의 화유(花乳)도 역시 차의 이명이다. 《蘇東坡詩集 卷13 和蔣夔寄茶》
[주D-004]완랑귀(阮郞歸) : 옛날 사패(詞牌)의 곡명(曲名)이다. 한 명제(漢明帝) 때 유신(劉晨)과 완조(阮肇) 두 사람이 천태산(天台山)으로 약초를 캐러 갔다가 선녀(仙女)를 만나 극진한 환대를 받고 돌아왔다는 전설에 근거한 노래로, 차 맛의 느낌이 마치 그러하다는 것을 비유해서 말한 것이다. 《太平御覽 卷41 引用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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