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청명

예전 이영란 2008. 4. 2. 16:10

       24절기의 하나. 태양의 황경(黃經)이 15°에 있을 때를 말하며,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의 절기이다.

양력 4월 5∼6일 무렵이고 음력으로는 3월절이다.

중국에서는 청명 15일 동안을 5일씩 3분하여 처음 5일에는 오동나무가 꽃피기 시작하고 다음에는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나타나며 마지막 5일에는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한국은 청명을 전후한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하여 공휴일로 삼고 있는데 대개 한식(寒食)과 겹쳐진다.

청명·한식때가 되면 특히 바람이 심하여 불이나기 쉬우므로 한식날은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밥을 그냥 먹기도 했다.
 
 청명날 비석을 세우고 제절(除節)을 고치고 무덤을 고치거나 옮기는 자는 마땅히 이 날에 움직여야 한다.
옛날에는 택일(擇日)하지 않고 모두 이 때를 사용했다.
이 양일(兩日 청명일과 한식일)은 제신(諸神)들이 상천(上天)하는 날이므로 물건을 움직이고 고치고 지으며 신묘(新墓)와 구묘(舊墓)를 사초(莎草)하거나 옮기는 데 모두 이롭다.
하루에 일을 마치지 못하면 한식일(寒食日)에 일을 끝내야 한다.
 
점필재집
 
청명일에 서쪽 교외에서 각 마을의 아일의 아전들을 동원하여 죽천의 묵은 제방을 수리하다가 갑자기 여러 진사들이 강수의 임정에 모여 술 마시는 것을 바라보고 시로써 부치다[淸明在西郊課各村衙日胥徒理竹川荒堤忽望司馬諸子會剛叟林亭飮酒以詩寄之
 
西郊潑火雨新晴    /서쪽 교외에 발화우가 막 개이고 나니
民事悤悤當踏靑    / 민사가 바쁜 속에 답청때를 당했는데
却羨賢關二三子    / 부럽기도 하여라 현관의 이삼자가
 擷芳浮白作淸明   / 방초 캐고 벌주 마시며 청명놀이 하는 것이
 
발화우 : 청명절(淸明節) 무렵에 내리는 도화우(桃花雨)를 달리 이른 말이다.
답청 : 푸른 풀 위를 걷는다는 뜻으로, 봄날 교외(郊外)에 산책하는 것을 말한다.
현관 : 현자(賢者)의 경지에 통하는 관문이란 뜻으로, 전하여 학문과 덕행에 조예가 깊은 사람을 가리켜 말한다.
 
황계옥(黃啓沃)
 
청명일 유감(淸明日有感)

짧은 모자와 검은 적삼으로 묘신에 맞추노라고 / 短帽烏衫趁卯申
10년을 수레와 말로 황진을 쫓아다녔네 / 十年車騎逐黃塵
공명은 본래 행락을 방해하는 것이라 / 功名本是妨行樂
시절이 이미 모춘임을 어찌 알았으랴 / 時序寧知已暮春
관류는 시교의 비바람 지낸 뒤에 / 官柳市橋風雨後
자개 박은 수레와 기름 바른 휘장의 왕래가 잦았구나 / 鈿車油幕往來頻
청명이 지나가도 전연 몰랐으니 / 淸明過了渾無省
그것은 동군이 사람을 저버린 것 아닐세 / 非是東君解負人
 
묘신(卯申) : 벼슬아치들이 묘시(卯時)에 출근하여 신시(申時)에 퇴근한다.
[주D-002]기름 바른 휘장의 : 여자가 밖에 나갈 때에 타는 수레에 기름 바른 휘장을 두른다.
[주D-003]동군(東君) : 봄의 신(神)이다.
 
상촌선생집
청명절을 만나 감회를 쓰다[逢淸明節感懷]
 
숲비둘기 벗을 찾고 제비 진흙 풀렸는데 / 林鳩相喚燕泥融
객중에 청명절을 몇 번이나 만났는고 / 客裡淸明幾度逢
한차례 더 온 산중비 꽃송이가 탐스럽고 / 山雨乍添花朶膩
시내 안개 일어나자 버들 그늘 짙어지네 / 溪煙初起柳陰濃
탁자 머리 주렴 걷자 향구름이 피어나고 / 床頭簾捲香雲皺
뜨락가에 인적 없어 돌이끼가 덮였구나 / 庭畔人稀石髮封
세월아 나그네 한을 재촉하지 말아 다오 / 休遣年華催旅恨
쓸쓸한 절반 인생 실의에 빠졌거니 / 半生蕭瑟坐龍鍾
 
제비 진흙 풀렸는데 : 제비가 물어다가 집을 지을 진흙이 추위에 얼었다가 풀렸다는 것으로, 땅이 녹은 것을 뜻한다.
구존재의 청명운을 쓰다[用瞿存齋淸明韻] 2수 상촌
 
바람에 진 꽃잎들이 뜨락에 날리는데 / 風花顚倒欲飄庭
깊고 깊은 집안에 고운 햇살 환하네 / 院落深深麗景明
오랜 객지에 이별의 한 차츰 달래기 어렵고 / 客久漸難消別恨
이룬 시는 태반이 봄 아쉬운 정이로세 / 詩成半是惜春情
좌우에 놓인 도서는 장차 쓸 곳 어디인고 / 圖書左右將安用
하늘땅 그 가운데 아직도 살아 있다네 / 天地中間尙此生
저물녘에 베개 기대 짧은 꿈이 깨이니 / 欹枕晩來醒短夢
창가에서 우는 새 두세 소리 들리네 / 隔窓啼鳥兩三聲

이(二)
섬돌에 깔린 이끼 자국 뜨락을 범할 듯한데 / 苔痕聯磴欲侵庭
비 내린 뒤 꽃가지는 눈에 비쳐 환하구나 / 雨後花枝照眼明
좋은 철은 사람 등져 병중에 신음하는데 / 佳節似欺人抱病
타향 땅은 본디부터 나그네와 정이 없지 / 殊方自與客無情
옛터 찾은 제비는 일찌감치 둥지 틀고 / 燕尋舊壘營巢早
앞시내 오른 고기 터진 생수 기뻐한다 / 魚遡前溪喜水生
한창 꽃다운 물색에 흉금 또한 활달한데 / 物色正芳懷正遠
떡갈나무숲 자고새 애절하게 울어대네 / 槲林愁絶鷓鴣聲
 
사가시집
청명일(淸明日)에 이가성(李可成) 예(芮) 이 내방(來訪)하다 2수
 
한식과 청명은 사흘 사이에 정해진 일이요 / 寒食淸明三日事
병든 몸 시름겨운 백발은 한 해의 봄이로다 / 病身愁鬢一年春
닭싸움 시키고 말 달림은 내 일이 아니거니 / 鬪鷄走馬非吾事
친구 마주해 향기로운 술이나 마셔야겠네 / 聊復淸樽對故人

불씨 바꾸고 불 금함은 새해의 일이거니와 / 改火禁煙新歲事
꽃 버들을 구경하여라 옛 동산은 봄이로세 / 尋花問柳故園春
당부하노니 그대는 전원 흥취 말하지 마소 / 憑君莫說田家興
지금까지도 가지 못한 사람이 여기 있으니 / 亦有當時未去人
 
임하필기(林下筆記)
해동악부(海東樂府)
 
경신년 가을에 굳센 활을 가지고 / 秋風弓勁上章年
왜구를 지리산에서 맹추격하였네 / 追擊倭寇智異巓
천심이 귀착되자 백성들 편안하니 / 天意有歸民永賴
밝은 영검 정생의 시편에 드러났네 / 明靈昭著鄭生篇
경신년(1380) 가을에 우리 태조대왕(太祖大王)께서 왜구를 지리산에서 추격하였으므로 이후로는 왜구가 감히 육지에 오르지 못하였으니, 백성들이 이를 힘입어 편안하였다. 그래서 정도전(鄭道傳)이 ‘궁수분’을 짓게 된 것이다.
 
궁수분(窮獸奔) : 정도전(鄭道傳)이 지은 송축가이다. 《삼봉집(三峯集)》, 《악학궤범》, 《악장가사》 등에 전하는데, ‘정동방곡(靖東方曲)’, ‘납씨가(納氏歌)’와 함께 조선의 건국과 이 태조의 무공을 찬양하고자 지은 노래이다. 시경체 사언시로 그 가사에, “궁지에 빠진 짐승 험한 곳으로 달아나니, 우리 군사 덮치자 좌우로 무너졌네. 죽이고 사로잡고 달아나고 숨고, 죽은 놈은 가루 되고 산 놈은 혼 날렸네. 아침도 채 못 가서 활짝 트여 청명하였네. 개가 부르며 돌아오니 동국 백성 편안하도다.[有窮者獸 奔于嶮墟 我師覆之 左右離披 或殲或獲 或走或匿 死者粉糜 生者褫魄 不崇一朝 廓以淸明 奏凱以還 東民以寧]” 하였다.
 
연암집
종북소선(鍾北小選)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발문
 
도읍으로서 융성하기는 송(宋) 나라 도읍인 변경(汴京) 같은 데가 없고, 절기로서 화려하기는 청명(淸明) 같은 때가 없고, 화품(畵品)으로서 가장 섬세하기는 구영(仇英) 같은 사람이 없다.
이 두루마리 그림을 그리자면 10년 세월은 걸렸을 터이다. 이 두루마리 그림을 제외하고도 내가 본 것을 세어 보면 이미 일곱 종이나 된다.
십주(十洲)가 15세의 정년(丁年) 때부터 그리기 시작했다면 이것은 95세 때의 작품에 해당할 터인데, 그때까지도 두 눈이 어둡거나 백태가 끼지 않고 털끝만큼이나 섬세하게 그릴 수 있었단 말인가.
그림 속의 거리와 점포들은 어슴푸레하여 꿈결 같고, 콩알만 한 사람과 겨자씨 같은 말들은 소리쳐 불러야 할 만큼 가물가물하다. 그중 특히 거위를 몰고 가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세심하게 그렸다.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 청명절(淸明節)에 변하(汴河)를 거슬러 오를 때 보이는 풍경을 그린 대작(大作)이다. 송 나라 때 장택단(張澤端)이 그렸다고 하는데, 원작은 전하지 않고 구영(仇英) 등 후대 화가들의 모방작만 전한다.
구영(仇英) : 명(明) 나라 때의 화가로서 자는 실보(實父), 호는 십주(十洲)이다. 산수화와 화조화를 주로 그렸으며 특히 인물화를 잘 그렸다. 심주(沈周), 문징명(文徵明), 당인(唐寅) 등과 함께 명대 4대가로 불린다.
정년(丁年) : 장정(壯丁)으로 간주되는 나이를 말한다.
 
청장관전서

영처시고 1(嬰處詩稿一。
淸明翼日。同子休諸人。集小壺泉盤石
청명(淸明) 이튿날에 남자휴(南子休) 및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호천(小壺泉) 반석(盤石)에 모임
 
翠柏當溪水色空    /   푸른 솔 시내 덮고 물빛은 투명한데
春衣緩步入林中    /   봄옷으로 느린 걸음 숲 속에 들어왔네
花遲忽覺淸明過    /   꽃소식 더디어라 청명이 지났으니
幽樹先尋第一叢    /   어느 것이 먼저 피나 나무마다 찾아보세
 
청음집 제 9
조천록 시(朝天錄 詩) 136수 문 14수(一百三十六首 文 十四首

청명(淸明)

 

주렴 밖에 봄 그늘이 짙은 속에 제비 날고 / 簾外春陰燕子飛
살구꽃 핀 깊은 정원 내리는 비 실과 같네 / 杏花深院雨如絲
풍광 이리 좋건마는 고향 땅에 못 돌아가 / 風光正好不歸去
춘삼월의 청명 시절 좋은 때를 저버리네 / 孤負淸明三月時

 

택당선생집(澤堂先生集)

청명일(淸明日)에 술이 없기에 이웃의 벗에게 글을 적어 보내다.

 

 

한식날 맞자마자 바로 청명일 / 纔臨寒食又淸明
날마다 느끼나니 봄날의 시름만 더해갈 뿐 / 但覺春愁逐日生
한처에 두루 깔린 방초도 실컷 봤고 / 芳草已看閑處徧
고요함 깨뜨리는 새소리도 지겨웁소 / 恠禽頗厭寂中鳴
가난한 데다 나른한 경치 도시 할 일 없는 몸 / 貧兼景物渾無事
그동안 병들어 우정도 너무 못 나눴소 / 病向交遊太薄情
연기 금하려고 부엌 불 끈 게 아니라오 / 不爲禁煙廚火絶
어떡하면 그대들과 술 몇 잔 나눌는지 / 數盃安得對君傾

 

 

청명일(淸明日)에 야성(野城)의 청심루(淸心樓)에 올라 영재(令宰)인 종숙(從叔)에게 드리다. 2수


 

蓬島無多路   /   봉래(蓬萊) 섬 찾아서 먼 길 갈 게 뭐 있으랴

仙居有此樓   /  신선이 사는 고을 이 누대(樓臺)가 서 있는 걸

澄江循檻曲   /  난간 따라 굽이져 휘도는 맑은 강물

碧峀對檐浮   /  처마를 마주하고 떠 있는 푸르른 산

絶徼還佳境   /  외딴 변방 요새지에 이런 승경(勝景) 숨었다니

良辰故倦遊   /  이 좋은 때 다른 곳 유람도 싫증 나리

登臨數盃酒   /  올라와 굽어보며 기울이는 몇 잔의 술

一散望鄕愁   /  망향의 시름이 한꺼번에 사라지네  

 

이(二)
초록빛 물결 빈 누대에 일렁이고 / 綠漲搖虛閤
먼 섬 에워싼 붉은빛 안개 / 紅霏匝遠洲
가슴이 확 터지는 드넓은 벌판이요 / 披襟平野大
오밀조밀 뭇 산들 한눈에 들어오네 / 極眺衆山稠
절기(節氣)도 이제는 작별을 고하는 때 / 節序行將晚
강호에 물러나도 시름에 잠길 텐데 / 江湖退亦憂
어찌 알았으리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세상에서 / 豈知桑海伴
함께 모시고서 죽림지유(竹林之遊) 즐길 줄을 / 仍作竹林遊

 

야성(野城) : 영덕(盈德)의 옛 이름.
죽림지유(竹林之遊) : 숙질(叔姪)간의 정다운 만남을 뜻한다. 죽림칠현(竹林七賢)인 완적(阮籍)과 완함(阮咸)이 숙부와 조카의 관계였던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택당선생 속집(澤堂先生續集)

구씨(舅氏)의 청명(淸明) 절구 한 수에 화운하다.

 

맑은 시내 한 가닥 봄볕 속에 조용하고 / 淸溪一抹靜春暉
버들이며 복사꽃 사립문에 내비칠 때 / 綠柳緋桃映板扉
기막힌 이 풍경을 무슨 수로 베껴 볼꼬 / 摹寫盛時須底物
몇 집의 부축 받으면서 억시기 취해 돌아오리 / 數家扶得醉人歸



택당선생집(澤堂先生集)


 
 
푸른 솔 시내 덮고 물빛은 투명한데 / 翠柏當溪水色空
봄옷으로 느린 걸음 숲 속에 들어왔네 / 春衣緩步入林中
꽃소식 더디어라 청명이 지났으니 / 花遲忽覺淸明
어느 것이 먼저 피나 나무마다 찾아보세 / 幽樹先尋第一叢
청장관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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