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백로

예전 이영란 2008. 9. 7. 11:19

백로(白露)는 24절기의 15번째로 태양 황경이 165도가 될 때이다.

양력으로는 9월 7일내지 9월...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 하여 백로라 한다.

백로는 이슬을 아릅답게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하얀 이슬 산들바람 가을을 보내주자
발 밖의 물과 하늘 청망한 가을일레
앞산에 잎새 지고 매미소리 멀어져
막대 끌고 나와 보니 곳마다 가을일레
―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사계시(四季時)』중

백로는 들녘의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히고 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때이다.
백로에 접어들면 밤하늘에선 순간적으로 빛이 번쩍일 때가 더러 있다.

농부들은 이를 두고 벼이삭이 패고 익는 것이 낮동안 부족해 밤에도 하늘이 보탠다고 한다.

이 빛의 번쩍임이 잦을수록 풍년이 든다고 한다.

 

계곡선생집(谿谷先生集) 제27권


벼를 수확하고[穫稻]

 

白露郊原冷     / 힌이슬 내리면서 서늘해진 교외들판

汙邪早稻黃     / 낮은 지대 올벼들 황금 물결 넘실넘실

屯雲卷䆉稏      / 볏단들 여기저기 구름처럼 쌓여 있고

積水見蒼茫     / 물잡이 논물 질펀하게 깔려 있네

出碓精如玉     / 방아 찧어 나온 쌀 어쩜 그리 옥 같은지

翻匙滑更香     / 햅쌀 밥 떠먹으니 자르르 윤기 도는구나

前溪秋潦盡     / 가을 장마 다 지나간 앞 개울 속에

兼有蟹啣芒     / 게란 놈도 까끄라기 물고 있고녀

                      초운 상인에게 주다[贈楚雲上人]

 

오거나 가거나 인연 따라 모두 유유하게 / 隨緣來去兩悠悠
한기 도는 누더기 옷 백로의 가을이로다 / 壞衲寒生白露
어느 쪽으로 가시는가 행적 물어 본다면 / 欲向何方問行迹
초산머리 한 조각 외로운 구름 / 孤雲一片楚山頭

험준한 산세(山勢) 제압하는 천 길 성가퀴 / 千尋雉堞壓崝嶸
그 속에 초제 있어 국청이라 하나니 / 中有招提號國淸
부처 혼자 속진(俗塵)을 몰아내긴 힘이 부쳐 / 佛力未能排俗累
급히 병석 거두어 산성으로 향하노라 - 운사(雲師)가 추첨에 뽑혀 남한산성에 들어가 지킬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 / 急收甁錫向山城

초제(招提) : 범어(梵語) caturdeśa의 음역(音譯)으로, 사원(寺院)의 별칭이다. 인조(仁祖) 2년에 남한산성 서문 안에다 국청사(國淸寺)를 건립하였다.
[주D-002]병석(甁錫) : 승려들이 사용하는 병발(甁鉢)과 석장(錫杖)으로, 곧 승도(僧徒)를 뜻한다.

 

고봉선생문집 속집 제1권

친구를 작별하다 오언 사운 2수

 


우리가 헛되이 학을 사모했으니 / 吾儕空慕學
어쩌다 명예를 쫓게 되었는가 / 可奈尙趍名
실지에 입각한 공부가 적고 / 着實工夫少
편벽에 얽매여 기질은 경박했네 / 拘偏氣質輕
깊이 생각하여 자신을 반성해야 하고 / 潛心須反己
일에 임하면 어찌 성을 생각하지 않으리 / 臨事盍思誠
이별에 다달아 정을 다하기 어려우니 / 贈別情難盡
서로 기약하길 평생 동안 같이 지내자고 / 相期在一生

왕명을 받들고 사신길 떠나니 / 銜命朝天去
서녘 들에 흰이슬 갓 내릴 때로세 / 西郊白露
떠나는 정경은 감개가 많으니 / 離情多感慨
달리는 말은 주저하지 않네 / 征馬不躊躇
일을 보살피며 그 역무를 감당하고 / 監事堪于役
광화(光華)를 관찰하며 또 자주 글을 쓰리다 / 觀光且屢書
평생의 경국제세 사업을 / 平生經濟業
역력히 진술하면 다시 어떠하리 / 歷陳更何如

다산시문집 제3권

수안으로 부임하는 도중에서[赴遂安途中作]

 

가장 알기 어려운 게 타관 땅 기후인지 / 異鄕天氣最難知
처서인데 영락없이 백로 절기 비슷하네 / 處暑剛如白露
고을문을 새벽에 나서 몇 리를 가노라니 / 曉出縣門行數里
들 밖에는 장다리꽃 붉은 이삭 가득하고 / 紫花紅穗滿郊陂
지붕에는 박이 온통 열려 있어 / 野屋通身是瓠瓜
마른 등걸에 다래덩굴 덮여 있는 것 흡사하네 / 恰如枯枾被藤蘿
영감 하나 할멈 하나 문 쪽으로 앉아 있고 / 一翁一媼當門坐
슬픔 반 기쁨 반으로 이 속을 지나가네 / 多少悲歡此裏過

 

팔월 십사일에 더운 구름이 비로소 활짝 걷히다[八月十四日蒸雲始晴] 임진년 가을

 

赤暈新收白露溥      / 붉은 구름 막 걷히고 흰 이슬 두루 내려라

晴巒佳色倚筇看      / 개인 산 아름다운 빛을 지팡이 기대 구경하니

秋炎似破殘城易      / 가을 더위는 쇠잔한 성 격파하듯 쉬 물러가고

老病如撐壞屋難      / 늙은이 병은 무너진 집 고이듯이 어렵네그려

尙願群賢娛翰墨     / 뭇 어진이 문필 즐기는 건 상기도 원커니와

勿嫌衰拙廢衣冠     / 쇠졸한 이 몸 의관 폐한 건 혐의하지를 마소

九分月色今宵好     / 구분쯤 된 달빛이 오늘 밤에 좋기도 해라

不必留求滿眼團     / 굳이 머물러 보름달 기다릴 것이 없구려


동국이상국전집 제2권

 

구일을 홀로 지내면서 짓다

 

寒花依舊滿籬黃     / 찬 국화 예전대로 온 울타리에 가득해

白露叢邊空嗅香     / 이슬 젖은 풀떨기 가에서 부질없이 향내 맡고 있네

未把一杯酬勝景     / 한 잔 술 잡으면서 이 좋은 광경을 수작 못하니

重陽到我不重陽     / 나에겐 중양이 와도 중양 같지 않구려


성소부부고 제2권     

저물녘에

 

국화 뜰에 찬 향기 풍기어오고 / 菊砌寒芳動
오이밭에 하얀 이슬 함초롬하이 / 苽畦白露
한가한 정 해장술에 여위어가는데 / 閑情瘦卯酒
고향 꿈은 옛 동산에 고달프구려 / 歸夢惱丘園
어둔 빛은 쌍궐에 떠돈다며는 / 暝色浮雙闕
저녁 종은 구문을 뚫어 가누나 / 昏鍾徹九門
성중이라 예전에 노닐던 땅은 / 城中舊遊地
수레와 말 제 스스로 떠들썩하군 / 車馬自喧喧

아계유고 제4권

구포록(鷗浦錄)

돌아가는 중에게 연꽃 한 떨기를 달라고 청하다.

 

누른빛 들판 곁에 고목이 비꼈나니 / 野色黃邊老樹斜
석양이 밝은 곳이 바로 그대 집이로세 / 夕陽明處是君家
돌아가는 중에게 연꽃잎을 구하노니 / 僧歸欲乞荷花片
오늘 밤 이슬이 많이 내릴까 걱정이로세 / 爲怕今宵白露

 

홍재전서(弘齋全書) 제2권

춘저록(春邸錄) 2 ○ 시(詩)

밤에 앉아서 무료하여 이 시를 읊어서 혹인에게 보이다

 

동룡루에 침소를 정하고 나니 / 定寢龍樓訖
동궁으로부터 막 돌아온 때로다 / 歸自靑宮畔
가을 하늘은 어찌 그리 높은고 / 秋天一何高
은하수의 모양이 선명도 하여라 / 的歷明河漢
옷자락 걷고 중당으로 걸어가노니 / 褰衣步中堂
흰 이슬이 구슬처럼 반짝이누나 / 白露如珠爛
도도한 이 온 세상 사람들은 / 滔滔世之人
이때에 꿈을 반도 못 이루어라 / 此時夢未半
아침이면 일하고 저물면 쉬어서 / 朝營暮則歇
기뻐하며 장주 호접처럼 어지러우니 / 栩栩莊蝶亂
기린훤이 바로 귀감이 되리로다 / 麟楦卽龜鑑
그 긴긴 밤 아득함을 어찌하리오 / 其奈長夜漫

[주D-001]기뻐하며 …… 어지러우니 :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나는 것이 분명 나비였으므로, 스스로 즐거워하며 자신이 장주인 줄을 몰랐다가, 이윽고 깨어보니 분명히 장주였으므로,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알 수 없었다는 데서 온 말로, 피차(彼此)의 구별이 혼동됨을 비유한 말이다. 《莊子 齊物論》
[주D-002]기린훤(麒麟楦) : 훤(楦)은 사물의 모형(模型)을 말한 것으로, 당(唐) 나라 때 양형(楊炯)이 매양 겉치레만 하는 무능한 조관(朝官)들을 조롱하여 부른 말인데, 그가 일찍이 말하기를 “지금 거짓 기린을 희롱하는 자들은 그 형체를 수식(修飾)하며 나귀[驢]의 위에 덮어씌워서 완연한 이물(異物)로 만들기 때문에 그 껍데기를 벗겨 내면 다시 나귀일 뿐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학봉속집(鶴峯續集) 제1권

 

함벽정(涵碧亭)에서 느낌이 있어서

 

영산진 강물은 수심 깊어 천 척인데 / 榮山津水深千尺
물가의 높은 누각 산자락에 기대 있네 / 上有高樓倚翠微
주인 이미 수문랑이 되어 떠나갔는데 / 主人已作修文去
예전처럼 가을 강엔 해오라비 날으네 / 依舊秋江白鷺

강 머리엔 조수 올라오려고 하고 / 江頭潮欲上
실바람은 푸른 마름 속에서 이네 / 風縷起靑蘋
떠나가려 하다가는 못 떠나는데 / 欲去未歸去
물안개는 사람 마음 수심케 하네 / 煙波愁殺人

[주D-001]주인 …… 떠나갔는데 : 누대의 주인이었던 문인(文人)이 이미 죽었다는 뜻이다. 진(晉) 나라 소소(蘇韶)가 이미 죽은 뒤에 다시 나타나서는 형제들에게 말하기를, “안연(顔淵)과 복상(卜商)이 지금 수문랑(修文郞)이 되어 있는데, 수문랑은 모두 여덟 명으로 귀신 가운데 성자(聖者)이다.” 하였다 한다. 《太平廣記 卷319》

 

택당선생집(澤堂先生集) 제2권

 

차운하여 조자실(曺子實)과 홍일초(洪一初) 이원(理源) 의 방문에 사례한 시 2수

 

세상에 쓸모없어 산림에 뜻을 둔 채 / 濩落山林志
하릴없이 계절만 깊어 가게 놔 두는데 / 蹉跎歲序深
세상 사람 흰 눈으로 나를 쳐다보건마는 / 世人多白眼
그대들은 몇 번이고 이 몸 찾아 주는구려 / 夫子數跫音
조각달 어슴푸레 그윽한 경치 끌어오고 / 缺月延幽眺
굽어보면 눈 아래 들어오는 맑은 연못 / 淸池入俯臨
그동안 티끌 먼지 소굴 속에서 / 向來塵土窟
어디 간들 회포를 풀어 볼 수 있었으리 / 何處可開襟


이(二)
운무 자욱한 청산의 저녁이요 / 藹藹靑山暮
이슬방울 투명한 이 가을날에 / 離離白露
사람 처음 찾아온 깊은 골짜기 / 谷深人始到
고요한 집 주위엔 둘러 흐르는 물소리뿐 / 堂靜水還周
바야흐로 높이 누워 쉬려는 노인 보려 / 老子方高臥
그대들 일부러 선뜻 놀러 와 줬구려 / 諸君故薄遊
그리워하다가 서로 만난 얼굴들 / 相思得相見
이제 다시 헤어지면 유유한 정 어떡하리 / 相別更悠悠

춘정집 제3권

어촌(漁村)의 시운에 따라 송 판사(宋判事)의 노안도(蘆鴈圖) 시권에 쓰다.

 

십 년이나 도심 거리 분주히 쏘다니다 / 十年奔走九街頭
부질없이 꿈속에서 백로주를 찾았다네 / 淸夢空尋白鷺
화가가 대지를 축소해 준 그 덕분에 / 珍重畫師能縮地
짧디짧은 병풍 속 가을 강과 마주했네 / 短屛相對一江秋
일본(一本)에는 공(空) 자가 요(遙) 자로 되어 있다.

 

청장관전서 제2권

 영처시고 2

산각(山閣)의 밤에 느낌이 있어 즉경(卽景)을 읊음

 

열 길 오동나무ㆍ노송나무 하늘 찌르듯 푸른데 / 十尋梧檜拂天靑
어슴푸레한 산각에 흰 이슬이 떨어지네 / 山閣虛明白露
대각성 비추는 빛에 뭇개가 짖어대고 / 大角星光群犬吠
육경문 읽는 소리 아이 종이 듣기도 하네 / 六經文理小僮聽
도성에서 찾아온 손이라 사귄 마음이 오래이군 / 都城客訪交心古
운무에 잠긴 용이라 그림의 뜻이 신령하네 / 雲霧龍深畫意靈
어젯밤 비에 남쪽 시내가 불었기에 / 南澗水添前夜雨
초저녁부터 등불 켜고 물 소리 속에 앉았네 / 二更燈火坐泠泠

맑은 밤에 도연명 시를 욈

 

밝은 달은 뜰 국화를 비추고 / 明日照園菊
흰 이슬은 가을 옷깃에 가득하네 / 白露盈秋襟
속세를 떠나려다가도 / 欲辭煙火食
이내 나라를 못잊는 마음 있어서라 / 仍有唐虞心
서녘 바람이 폐경(肺經) 기운을 소생시키고 / 商飆蘇肺氣
숲을 스쳐 거문고 소리 내네 / 度林生瑟琴
물새가 그래도 나의 고적함 알고 / 水禽如我寂
가까이 와 도연명 시 읊는 것을 듣네 / 來聽陶詩吟
도연명 시는 심장을 씻을 만해 / 陶詩可滌腸
그 화평함 옛 음이 많건만 / 和平多古音
뭇 선비들 같이할 이 없어 / 衆士無與共
음조를 물새에게 묻는다오 / 音調問水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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