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는 24절기의 15번째로 태양 황경이 165도가 될 때이다.
양력으로는 9월 7일내지 9월...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 하여 백로라 한다.
백로는 이슬을 아릅답게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하얀 이슬 산들바람 가을을 보내주자 발 밖의 물과 하늘 청망한 가을일레 앞산에 잎새 지고 매미소리 멀어져 막대 끌고 나와 보니 곳마다 가을일레 ―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사계시(四季時)』중
백로는 들녘의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히고 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나는 때이다. 농부들은 이를 두고 벼이삭이 패고 익는 것이 낮동안 부족해 밤에도 하늘이 보탠다고 한다. 이 빛의 번쩍임이 잦을수록 풍년이 든다고 한다. |
계곡선생집(谿谷先生集) 제27권
벼를 수확하고[穫稻]
白露郊原冷 / 힌이슬 내리면서 서늘해진 교외들판
汙邪早稻黃 / 낮은 지대 올벼들 황금 물결 넘실넘실
屯雲卷䆉稏 / 볏단들 여기저기 구름처럼 쌓여 있고
積水見蒼茫 / 물잡이 논물 질펀하게 깔려 있네
出碓精如玉 / 방아 찧어 나온 쌀 어쩜 그리 옥 같은지
翻匙滑更香 / 햅쌀 밥 떠먹으니 자르르 윤기 도는구나
前溪秋潦盡 / 가을 장마 다 지나간 앞 개울 속에
兼有蟹啣芒 / 게란 놈도 까끄라기 물고 있고녀
초운 상인에게 주다[贈楚雲上人]
오거나 가거나 인연 따라 모두 유유하게 / 隨緣來去兩悠悠
한기 도는 누더기 옷 백로의 가을이로다 / 壞衲寒生白露秋
어느 쪽으로 가시는가 행적 물어 본다면 / 欲向何方問行迹
초산머리 한 조각 외로운 구름 / 孤雲一片楚山頭
험준한 산세(山勢) 제압하는 천 길 성가퀴 / 千尋雉堞壓崝嶸
그 속에 초제 있어 국청이라 하나니 / 中有招提號國淸
부처 혼자 속진(俗塵)을 몰아내긴 힘이 부쳐 / 佛力未能排俗累
급히 병석 거두어 산성으로 향하노라 - 운사(雲師)가 추첨에 뽑혀 남한산성에 들어가 지킬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 / 急收甁錫向山城
초제(招提) : 범어(梵語) caturdeśa의 음역(音譯)으로, 사원(寺院)의 별칭이다. 인조(仁祖) 2년에 남한산성 서문 안에다 국청사(國淸寺)를 건립하였다.
[주D-002]병석(甁錫) : 승려들이 사용하는 병발(甁鉢)과 석장(錫杖)으로, 곧 승도(僧徒)를 뜻한다.
고봉선생문집 속집 제1권
친구를 작별하다 오언 사운 2수
우리가 헛되이 학을 사모했으니 / 吾儕空慕學
어쩌다 명예를 쫓게 되었는가 / 可奈尙趍名
실지에 입각한 공부가 적고 / 着實工夫少
편벽에 얽매여 기질은 경박했네 / 拘偏氣質輕
깊이 생각하여 자신을 반성해야 하고 / 潛心須反己
일에 임하면 어찌 성을 생각하지 않으리 / 臨事盍思誠
이별에 다달아 정을 다하기 어려우니 / 贈別情難盡
서로 기약하길 평생 동안 같이 지내자고 / 相期在一生
왕명을 받들고 사신길 떠나니 / 銜命朝天去
서녘 들에 흰이슬 갓 내릴 때로세 / 西郊白露初
떠나는 정경은 감개가 많으니 / 離情多感慨
달리는 말은 주저하지 않네 / 征馬不躊躇
일을 보살피며 그 역무를 감당하고 / 監事堪于役
광화(光華)를 관찰하며 또 자주 글을 쓰리다 / 觀光且屢書
평생의 경국제세 사업을 / 平生經濟業
역력히 진술하면 다시 어떠하리 / 歷陳更何如
다산시문집 제3권
수안으로 부임하는 도중에서[赴遂安途中作]
가장 알기 어려운 게 타관 땅 기후인지 / 異鄕天氣最難知
처서인데 영락없이 백로 절기 비슷하네 / 處暑剛如白露時
고을문을 새벽에 나서 몇 리를 가노라니 / 曉出縣門行數里
들 밖에는 장다리꽃 붉은 이삭 가득하고 / 紫花紅穗滿郊陂
지붕에는 박이 온통 열려 있어 / 野屋通身是瓠瓜
마른 등걸에 다래덩굴 덮여 있는 것 흡사하네 / 恰如枯枾被藤蘿
영감 하나 할멈 하나 문 쪽으로 앉아 있고 / 一翁一媼當門坐
슬픔 반 기쁨 반으로 이 속을 지나가네 / 多少悲歡此裏過
팔월 십사일에 더운 구름이 비로소 활짝 걷히다[八月十四日蒸雲始晴] 임진년 가을
赤暈新收白露溥 / 붉은 구름 막 걷히고 흰 이슬 두루 내려라
晴巒佳色倚筇看 / 개인 산 아름다운 빛을 지팡이 기대 구경하니
秋炎似破殘城易 / 가을 더위는 쇠잔한 성 격파하듯 쉬 물러가고
老病如撐壞屋難 / 늙은이 병은 무너진 집 고이듯이 어렵네그려
尙願群賢娛翰墨 / 뭇 어진이 문필 즐기는 건 상기도 원커니와
勿嫌衰拙廢衣冠 / 쇠졸한 이 몸 의관 폐한 건 혐의하지를 마소
九分月色今宵好 / 구분쯤 된 달빛이 오늘 밤에 좋기도 해라
不必留求滿眼團 / 굳이 머물러 보름달 기다릴 것이 없구려
동국이상국전집 제2권
구일을 홀로 지내면서 짓다
寒花依舊滿籬黃 / 찬 국화 예전대로 온 울타리에 가득해
白露叢邊空嗅香 / 이슬 젖은 풀떨기 가에서 부질없이 향내 맡고 있네
未把一杯酬勝景 / 한 잔 술 잡으면서 이 좋은 광경을 수작 못하니
重陽到我不重陽 / 나에겐 중양이 와도 중양 같지 않구려
성소부부고 제2권
저물녘에
국화 뜰에 찬 향기 풍기어오고 / 菊砌寒芳動
오이밭에 하얀 이슬 함초롬하이 / 苽畦白露繁
한가한 정 해장술에 여위어가는데 / 閑情瘦卯酒
고향 꿈은 옛 동산에 고달프구려 / 歸夢惱丘園
어둔 빛은 쌍궐에 떠돈다며는 / 暝色浮雙闕
저녁 종은 구문을 뚫어 가누나 / 昏鍾徹九門
성중이라 예전에 노닐던 땅은 / 城中舊遊地
수레와 말 제 스스로 떠들썩하군 / 車馬自喧喧
아계유고 제4권
구포록(鷗浦錄)
돌아가는 중에게 연꽃 한 떨기를 달라고 청하다.
누른빛 들판 곁에 고목이 비꼈나니 / 野色黃邊老樹斜
석양이 밝은 곳이 바로 그대 집이로세 / 夕陽明處是君家
돌아가는 중에게 연꽃잎을 구하노니 / 僧歸欲乞荷花片
오늘 밤 이슬이 많이 내릴까 걱정이로세 / 爲怕今宵白露多
홍재전서(弘齋全書) 제2권
춘저록(春邸錄) 2 ○ 시(詩)
밤에 앉아서 무료하여 이 시를 읊어서 혹인에게 보이다
동룡루에 침소를 정하고 나니 / 定寢龍樓訖
동궁으로부터 막 돌아온 때로다 / 歸自靑宮畔
가을 하늘은 어찌 그리 높은고 / 秋天一何高
은하수의 모양이 선명도 하여라 / 的歷明河漢
옷자락 걷고 중당으로 걸어가노니 / 褰衣步中堂
흰 이슬이 구슬처럼 반짝이누나 / 白露如珠爛
도도한 이 온 세상 사람들은 / 滔滔世之人
이때에 꿈을 반도 못 이루어라 / 此時夢未半
아침이면 일하고 저물면 쉬어서 / 朝營暮則歇
기뻐하며 장주 호접처럼 어지러우니 / 栩栩莊蝶亂
기린훤이 바로 귀감이 되리로다 / 麟楦卽龜鑑
그 긴긴 밤 아득함을 어찌하리오 / 其奈長夜漫
[주D-002]기린훤(麒麟楦) : 훤(楦)은 사물의 모형(模型)을 말한 것으로, 당(唐) 나라 때 양형(楊炯)이 매양 겉치레만 하는 무능한 조관(朝官)들을 조롱하여 부른 말인데, 그가 일찍이 말하기를 “지금 거짓 기린을 희롱하는 자들은 그 형체를 수식(修飾)하며 나귀[驢]의 위에 덮어씌워서 완연한 이물(異物)로 만들기 때문에 그 껍데기를 벗겨 내면 다시 나귀일 뿐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학봉속집(鶴峯續集) 제1권
함벽정(涵碧亭)에서 느낌이 있어서
영산진 강물은 수심 깊어 천 척인데 / 榮山津水深千尺
물가의 높은 누각 산자락에 기대 있네 / 上有高樓倚翠微
주인 이미 수문랑이 되어 떠나갔는데 / 主人已作修文去
예전처럼 가을 강엔 해오라비 날으네 / 依舊秋江白鷺飛
강 머리엔 조수 올라오려고 하고 / 江頭潮欲上
실바람은 푸른 마름 속에서 이네 / 風縷起靑蘋
떠나가려 하다가는 못 떠나는데 / 欲去未歸去
물안개는 사람 마음 수심케 하네 / 煙波愁殺人
택당선생집(澤堂先生集) 제2권
차운하여 조자실(曺子實)과 홍일초(洪一初) 이원(理源) 의 방문에 사례한 시 2수
세상에 쓸모없어 산림에 뜻을 둔 채 / 濩落山林志
하릴없이 계절만 깊어 가게 놔 두는데 / 蹉跎歲序深
세상 사람 흰 눈으로 나를 쳐다보건마는 / 世人多白眼
그대들은 몇 번이고 이 몸 찾아 주는구려 / 夫子數跫音
조각달 어슴푸레 그윽한 경치 끌어오고 / 缺月延幽眺
굽어보면 눈 아래 들어오는 맑은 연못 / 淸池入俯臨
그동안 티끌 먼지 소굴 속에서 / 向來塵土窟
어디 간들 회포를 풀어 볼 수 있었으리 / 何處可開襟
이(二)
운무 자욱한 청산의 저녁이요 / 藹藹靑山暮
이슬방울 투명한 이 가을날에 / 離離白露秋
사람 처음 찾아온 깊은 골짜기 / 谷深人始到
고요한 집 주위엔 둘러 흐르는 물소리뿐 / 堂靜水還周
바야흐로 높이 누워 쉬려는 노인 보려 / 老子方高臥
그대들 일부러 선뜻 놀러 와 줬구려 / 諸君故薄遊
그리워하다가 서로 만난 얼굴들 / 相思得相見
이제 다시 헤어지면 유유한 정 어떡하리 / 相別更悠悠
춘정집 제3권
어촌(漁村)의 시운에 따라 송 판사(宋判事)의 노안도(蘆鴈圖) 시권에 쓰다.
십 년이나 도심 거리 분주히 쏘다니다 / 十年奔走九街頭
부질없이 꿈속에서 백로주를 찾았다네 / 淸夢空尋白鷺洲
화가가 대지를 축소해 준 그 덕분에 / 珍重畫師能縮地
짧디짧은 병풍 속 가을 강과 마주했네 / 短屛相對一江秋
일본(一本)에는 공(空) 자가 요(遙) 자로 되어 있다.
청장관전서 제2권
영처시고 2
산각(山閣)의 밤에 느낌이 있어 즉경(卽景)을 읊음
열 길 오동나무ㆍ노송나무 하늘 찌르듯 푸른데 / 十尋梧檜拂天靑
어슴푸레한 산각에 흰 이슬이 떨어지네 / 山閣虛明白露零
대각성 비추는 빛에 뭇개가 짖어대고 / 大角星光群犬吠
육경문 읽는 소리 아이 종이 듣기도 하네 / 六經文理小僮聽
도성에서 찾아온 손이라 사귄 마음이 오래이군 / 都城客訪交心古
운무에 잠긴 용이라 그림의 뜻이 신령하네 / 雲霧龍深畫意靈
어젯밤 비에 남쪽 시내가 불었기에 / 南澗水添前夜雨
초저녁부터 등불 켜고 물 소리 속에 앉았네 / 二更燈火坐泠泠
맑은 밤에 도연명 시를 욈
밝은 달은 뜰 국화를 비추고 / 明日照園菊
흰 이슬은 가을 옷깃에 가득하네 / 白露盈秋襟
속세를 떠나려다가도 / 欲辭煙火食
이내 나라를 못잊는 마음 있어서라 / 仍有唐虞心
서녘 바람이 폐경(肺經) 기운을 소생시키고 / 商飆蘇肺氣
숲을 스쳐 거문고 소리 내네 / 度林生瑟琴
물새가 그래도 나의 고적함 알고 / 水禽如我寂
가까이 와 도연명 시 읊는 것을 듣네 / 來聽陶詩吟
도연명 시는 심장을 씻을 만해 / 陶詩可滌腸
그 화평함 옛 음이 많건만 / 和平多古音
뭇 선비들 같이할 이 없어 / 衆士無與共
음조를 물새에게 묻는다오 / 音調問水禽